조종간을 잡은 지 20년도 훌쩍 넘었습니다. 연봉이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잘 나가는 대기업 연봉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고 퇴직 후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갈까를 걱정해야 하는 똑같은 월급쟁이일 뿐입니다. 높은 연봉의 월급쟁이도 노후준비는 왜 이리 불안하기만 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코로나로 엇갈린 희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우리에겐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온라인 사업, 배달, 인테리어 등 비대면 관련분야는 호황을 이룬 반면, 나락으로 떨어진 분야도 많습니다. "공항에 멈춰 선 비행기" 뉴스 많이 보셨죠? 항공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만 2년 가까이 출근을 하지 못하는 백수생활동안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봐도 고정적 지출은 뻔한데 급여는 엄청나게 삭감이 되었으니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고, 그래서 비행 말고 손쉽게 접근 가능한 대리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리운전 수익과 장,단점
저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 경우 평균수익은 시간당 2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오지에서 술을 드시고 대리기사를 찾는 단가 좋은 손님을 모시기 위해 2인 1조로 팀을 꾸려 다니기도 했고, 주말에는 서울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골프장이 많은 수도권 남부로 이동이해 골프장 손님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여의도 중견기업의 대표이사님 수행기사 업무도 잠깐 경험했고, 술 취한 진상 손님의 태도에 환멸을 느껴 단가는 낮지만 차만 목적지에 가져다주면 되는 탁송기사로도 꽤 오래 일을 했습니다. 제일 큰 단점은 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술 취한 손님을 상대로 자존심과 감정을 내세워 싸워봐야 내게 득 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습니다.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평생 할 줄 아는 것이 비행 밖에 없었는데 그것으로 돈벌이를 못하면 인생설계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전에는 생각만 했는데 이번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정년 60세 혹은 운이 좋으면 촉탁으로 65세까지 비행이 가능한데 정년 이후의 삶을 미리 체험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돈에 진심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돈 되면 뭐든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하다못해 초등학생 등굣길에 횡단보도에서 녹색어머니회 깃발로 교통지도를 대신해 주는 아르바이트도 해보았고, 굴삭기를 렌트해서 지인의 밭정리 및 농사일을 도와주며 돈을 받기도 했고, 지금은 재테크 과외, 강의, 동대표 업무 등 돈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다 해보려고 합니다. 직접 해보면서 노력대비 시간과 비용이 적게 투입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차츰 그 방향으로 돈의 흐름을 바꿔가려고 합니다. 투자해 놓은 부동산의 임대소득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몸으로 뛰어야 들어오는 수익이긴 하지만 가성비 좋은 밥벌이 수단을 세팅해 놓으면 은퇴 이후에도 질 높은 노후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존심보다는 자존감
같은 아파트에 친한 지인이 사는데 아이는 초등학생 한 명이고 집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수도권 식품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합니다. 평일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만 집에 머무르다 가곤 합니다. 만날 때마다 손목, 허리 등의 근육통을 호소하고 한 번은 끓는 물에 화상을 입어 산재처리를 해야 하는지 문의를 하기도 했었죠. 그런 모습들이 보기 안쓰러워 제가 사는 아파트의 세탁소가 매물로 나왔을 때 조심스럽게 인수를 권유했습니다. 근린상가의 세탁소 자리는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도 안정적인 알짜매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인은 아이 초등학교 인근에서 그런 장사를 할 수는 없다며 단칼에 말을 잘랐습니다. 집 앞에 있는 가게에서 매일 아이를 케어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주변의 시선 때문에 하지 않겠다는 말은 저로 하여금 아직 세상을 한참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생산직의 월급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내년 연봉협상에 따라 조금 오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영업 수익의 상한은 없습니다. 작고 안정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며 또 다른 기회를 찾아볼 수도 있는데 그깟 자존심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웠습니다. 자영업으로 성공하신 분들 대부분이 손님에게 아주 깎듯이 대합니다. 간혹 진상손님이 있더라도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미소나 너털웃음으로 넘겨버릴 뿐이죠. 아주 밑바닥부터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쌓아오신 자존감의 내공으로 아시는 것이죠. " 저 빌런의 공격적인 반응은 저 사람의 문제이지, 내가 넘겨받아 손해 보거나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을 말이죠.
맺음말
다양한 방법으로 밥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그만큼 노후에 대한 두려움도 사그라듭니다. 그런데 그 능력이라는 것이 유튜브나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누적되어야 생기는 것입니다. 오랜 직장생활로 조직생활에 익숙한 나머지 한 가지 밥벌이만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생각만 하지 마시고 일단 뭐라도 시작해 보세요. 자신의 직함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자존심 따위는 내려놓으시고 내면의 나를 강하게 하는 자존감을 지금부터 쌓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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