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국가에서 발행한 자격, 면허를 보유하고 체계화된 전문지식으로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란 측면에서 조종사는 전문직에 가까워 보이지만 정년이 법적으로 만 60세, 촉탁 만 65세로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월급쟁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행하는 직장인이란 표현을 씁니다.
조종사가 전문직이 될 수 없는 두 가지 이유
첫 번째 서두에서 말씀드렸지만 정년이 정해져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년이 되는 날 더 이상 조종석에 앉아 비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즐거운 환갑잔칫날 퇴직을 해야 하는 슬픈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항공 업계에서는 아주 축복받을 일입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정년까지 비행을 마쳤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기도 하고 조종사의 신체검사 기준이 아주 까다로워서 그만큼 건강하게 생활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새벽 세시부터 출근을 하는 날도 있고, 자정 넘어 퇴근하는 날도 있으며, 한 달에도 몇 번씩 밤샘 비행을 하거나 밤낮이 바뀌는 지구 반대편의 시차를 경험하며 수십 년을 하늘에서 살았는데 몸이 멀쩡한 것이 오히려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조종사들도 질병으로 비행을 그만두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백세시대에 기대수명이 늘어나 만 60살이면 아직 청춘입니다. 의사나 변호사, 세무사 등의 전문직은 건강만 받쳐준다면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노련한 전문기술을 앞세워 단가 높은 밥벌이를 할 수 있는 한창나이지만 조종사는 다른 재주가 없다면 기장제복 대신 경비모자를 쓰고 일을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한 본인 사업으로의 연계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극히 일부 시뮬레이터나 비행기를 구입해서 조종사가 되길 원하는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학원을 차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항공사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다가 정년을 맞이합니다. 본인의 사업을 한다는 것. 물론 실패의 확률도 있지만 직장인이 고정월급을 받는데 반해 사업가는 벌 수 있는 돈의 상한이 없습니다. 자기 능력 껏 벌어가는 것이죠. 이 능력에는 인력관리와 영업능력이 필수적인데 좁은 조종석에서 부기장의 대우를 받으며 유아독존의 생활방식에 익숙한 기장님들에겐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본인에게 반하는 아쉬운 소리를 들을 일도 없고 매일 바뀌는 부기장을 위한 배려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또한 규정과 절차를 벗어나는 행동들은 절대 안 하시죠. 물론 하늘에서는 하라는 것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땅에서는 두리뭉실한 융통성도 필요한데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것이 있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같은 출발점, 판이한 결과
해당 기종에 비행기가 몇 대 되지 않으면 그 비행기를 운항하는 기장과 부기장도 소수 이기 때문에 자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몇 번 비행을 같이 하게 되면 기장님 댁 숟가락이 몇 개인지 파악할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연배의 노기장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젊은 시절부터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해 왔고 그 당시도 2억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계셨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린 케이스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부 노기장님은 높은 연봉을 다양한 곳에 투자해서 꽤나 높은 자산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용산의 아파트, 수도권 인근의 토지, 이주자 택지에 프리미엄을 주고 투자하셔서 수익을 올린 사례도 있었고, 상가건물 건축비를 담보 없이 고금리로 빌려주시고 완공 후에 수익을 올리는 방법 등 많은 투자방법들을 알려주셨습니다.
대부분의 기장님은 퇴직 시 그간 모아놓은 돈과 개인연금 등을 바탕으로 빈곤하지도 풍족하지도 않은 노후를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유독 한 기장님은 긴긴 비행시간 동안 자녀에 대한 자랑만 늘어놓을 뿐 돈 관련 이야기는 일절 없었습니다. 자녀는 한국에서 열 시간도 더 걸리는 영어권 나라에 초등학생 때부터 유학을 보내 지금 성인이 되었답니다. 자녀는 골프, 승마 등 한국에서 상상도 못 할 고급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얘기, 자녀학교에서 학부모 초청행사가 있어 참석을 했었는데 직업이 파일럿이라고 했더니 다들 엄지를 치켜세우더라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다른 기장님을 통해 오래전 배우자와 이혼하셨으며 당시 조그만 오피스텔에서 노모와 생활하신다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저와 같은 정규직 조종사는 휴직에 들어갔고 나이 든 촉탁 노기장님들은 곧 계약해지 되셨습니다. 그 이후 소식은 모르겠습니다. 주워들은 정보만으로 추측해 보건대 그 기장님이 비행을 그만두신 지금도 경제적 자유를 얻고 윤택한 노후를 보낼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무서움
토마스 J 스탠리의 '이웃집 백만장자'에 나오는 갑부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아닙니다. 청소대행업체 사장, 가구공장 사장과 같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죠. 남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직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좋은 집, 좋은 차, 명품 등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에 중점을 둡니다. 심지어 전문직도 아닌 정년이 정해진 월급쟁이에게 이런 과소비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같은 조직 같은 집단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가 좋았는데... 가 아니라 죽을 때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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