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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 돈공부

가난을 대물림 하고 싶지 않은 분들만 보세요.

by 멘토파일럿 2023. 8. 21.

초면인 분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본캐는 비행기를 몬다고 했더니 코로나 때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시더라구요.

대리운전, 탁송, 대기업 수행기사, 배달일도 했었고 지금도 돈 되는 일은 뭐든 하려고 한다고 하니 사회적 체면이 있지 연봉도 높은 사람이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하십디다.

 

가난의 대물림 섬네일

 

네 맞습니다.

돈공부를 하기 전의 저라면 사회적 체면때문에 굶어 죽어도 그렇게 까진 안 했을 겁니다.

 

지지리도 가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절약을 배워본 적도 해본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부족하게 살면서도 명절에 용돈이라도 받으면 군것질을 하거나 오락실이나 만화방에 가서 쓰는 둥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탕진했습니다.

 

부모님을 떠나 공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던 생도시절에도 학교에서는 품위유지비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월급을 지급했습니다. ‘용의 단정 하라’, ‘청렴결백하라’,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 등 매번 반복해서 외우던 훈령 탓인지 돈은 부질없고 그저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 은연중에 뇌리에 박혔나 봅니다.

 

빨간마후라를 맨 조종사가 되어서도 씀씀이는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잘하고 싶어 인터넷도 안 되는 독신자숙소에 270만 원짜리 펜티엄 PC를 구비하고, 눈도 안 오는 부산에 살면서 카빙스키세트를 100만 원 넘게 주고 샀습니다. 당시 월급은 100만 원 남짓이었는데 말이죠.

그린피 2만 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값을 내야 함에도 골프를 안치는 것이 엄청난 손해인양 레슨까지 받아가며 열심히 쳤고, 진급이나 송별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발렌타인 30년이나 조니워커 블루라벨 같은 고급양주에 안주는 빌보, 포트메리온 같은 고급 식기에 내오는 것이 조종사의 품격이었습니다.

 

국가소유의 전용 25평관사에 딸랑 250만 원 보증금만 내고 전세로 살면서 실크벽지에 방음시공, 화려한 백색가전까지... 일반인 친구를 초대할 때는 어깨에 힘이 제법 들어가 있었습니다.

 

일단 집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버는 족족 다 써도 되나 하는 걱정은 군인연금 받으면 먹고살 만하다는 논리로 애써 무시했구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한 번도 큰돈을 만져본 적도 없으니 부자가 되겠다는 꿈조차 꾸어보지 않고 우물이라는 작은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정상근무 외에도 한 주에 한두 번의 야간비행, 한 달에 한두 번은 당직근무, 주말 중 절반은 비상대기, 매년 반복되는 각종 검열과 군사 훈련들…….

제가 복무한 15년간 비행사고가 없었던 해는 없었습니다. 단 한 번도…….…….

상하의가 따로 없는 조종복은 그렇게 전투복이자 작업복이자 때론 순직한 동료 선후배 장례식 상복이 되었습니다.

 

군 조종복

 

시간 외 수당인지 위험수당인지 이름 붙이기 모호한 그 돈과 월급은 품위유지와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목으로 모두 탕진했고, 군인연금을 포기한 대신 받은 거액의 퇴직금은 25평 아파트는커녕 투룸빌라 전세도 얻기 어려운 푼돈이란 것을 군문을 나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민항에 나와 부기장이 되니 급여는 거의 1.5배가 오르고, 근무시간은 절반이 넘게 줄더군요.

말인즉슨 근무시간당 단가는 3~4배 차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매번 바쁘게 살았던 군생활과 달리 개인시간이 많아진 이후 돈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능력만 있다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느끼고 나서는 군의 시스템이 왜 그러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돈이라는 생각,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남다른 행동을 하는 것, 부대 밖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

어느 것 하나 조직에 득이 되지 않습니다.

고도화된 체계를 이용해 필요한 것들만 교육시키고 조직의 영속을 위해 조직원을 감정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트랩을 곳곳에 심어놓았습니다.

모를 리 없겠죠. 인간이 이성이 아닌 감정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을.

 

돈공부를 하고 나서 가장 큰 생각의 변화는 이겁니다.

 

“돈은 차곡차곡 쌓는 것이 아니라 심는 것이다. ”

 

돈을 벽돌처럼 쌓아서 모은다는 생각만 갖고 있으면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나 사업소득을 엑셀로 돌려보면 은퇴할 때까지 자산이 금방 계산됩니다.

뻔한 결과에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도 재미도 찾기 힘들고 금방 지칩니다. 그러다 욜로, 소확행의 달콤함에 중독되어 살다 보면 돈은 온데간데없이 시간만 훌쩍 흘러버리고 말죠.

이 계산은 참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생각입니다.

 

시드머니

 

돈은 농사처럼 좋은 땅에 심고 땀 흘려 가꿔서 불리는 겁니다.

제대로 된 농사법을 익혀서 적용하면 몇 배의 결실을 가져다줍니다. 말 그대로 ‘종자돈’이 곱셈의 마법을 부립니다.

 

서두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드린다면,

  • 첫째, 품격이나 체면 따위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본질이 중요함을 깨달았고,
  • 둘째, 지금 모으는 종잣돈이 10년, 20년 후에는 얼마가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겁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저도 돈 쓰는 거 좋아합니다.

 

내 새끼들 남보다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도와줄 수 있고 내가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자유를 얻을 때까지 참고 있을 뿐입니다.

 

농부는 절대로 파종할 씨앗으로 밥을 짓지 않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 종자를 모으시고 돈 농사법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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